대릉원·황남고분군 등 14만1천㎡ 예초작업
가파른 봉분은 장비 못 올라가 작업자가 직접 예초기 메고 작업
연중 5차례 반복…대릉원·천마총 봉분만 4만6천㎡
| 경주 대릉원에서 작업자가 배부식 예초기를 메고 신라 왕릉 봉분의 잔디를 깎고 있다. 경주시 제공 |
멀리서 보면 신라 왕릉 꼭대기에 사람이 한 명 서 있다.
등에는 예초기를 멨다. 작업자가 둥근 봉분의 비탈을 천천히 오르내리자 길게 자란 잔디가 한 줄씩 깎여나간다.
경주 대릉원의 가을 ‘이발’ 풍경이다.
경주시는 대릉원과 천마총, 황남고분군, 노동·노서고분 일원에서 사적지 경관 관리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예초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지에서 잔디를 깎는 모습은 흔하다. 왕릉은 조금 다르다.
봉분이 높고 경사가 가팔라 큰 장비를 올리기 어렵다. 결국 작업자가 예초기를 등에 메고 왕릉 사면을 직접 오르내리며 잔디를 다듬는다.
사진으로 보면 한가로운 풍경 같지만, 넓이와 작업 횟수를 보면 꽤 큰 일이다.
축구장 20개 넓이를 깎는다
올해 예초작업 대상은 모두 14만1천736㎡다.
축구장 약 20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구역별로는 황남고분군이 5만9천789㎡로 가장 넓고, 대릉원·천마총 4만7천215㎡, 노동·노서고분 3만4천732㎡다.
특히 대릉원·천마총은 전체 예초 대상 4만7천215㎡ 가운데 봉분 면적만 4만6천32㎡에 달한다.
사실상 대부분을 둥글고 경사진 무덤 위에서 작업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주시는 이 작업을 가을에 한 번 하고 끝내지 않는다.
잔디와 잡초가 자라는 시기에 맞춰 연중 5차례 예초작업을 한다.
한 번 깎고 몇 달 뒤 같은 봉분을 다시 올라가는 일이 반복된다.
| 경주 대릉원 왕릉 정상부에서 작업자가 예초기로 잔디를 정리하고 있다. 봉분은 경사가 가팔라 대형 장비 대신 사람이 직접 비탈을 오르내리며 작업한다. 경주시 제공 |
평지는 장비로, 봉분은 사람이 직접
예초 방법도 장소에 따라 다르다.
평탄한 곳에서는 핸드가이드식 장비를 사용한다. 사람이 뒤에서 밀거나 조종하면서 넓은 면적을 비교적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봉분과 사면에서는 이런 장비를 쓰기 어렵다.
둥근 왕릉의 경사는 일정하지 않고 정상부로 갈수록 작업 자세를 잡기도 쉽지 않다. 문화유산 위에 무거운 장비를 함부로 올릴 수도 없다.
결국 작업자가 배부식 예초기를 직접 메고 들어간다.
비탈을 오르면서 한쪽을 깎고, 방향을 바꿔 다시 내려오며 잔디 높이를 맞춘다.
예초가 끝나면 잘려 나온 잔디와 부산물도 따로 수거해 처리한다.
왕릉의 매끈한 곡선도 관리의 결과
대릉원을 찾은 관광객에게 신라 왕릉은 매끈하게 이어지는 초록색 곡선으로 먼저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저절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잔디와 잡초가 지나치게 자라면 사적지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봉분 관리도 어려워진다. 정기적으로 풀을 제거하고 잔디 상태를 정리하는 것도 문화유산 관리의 한 과정이다.
경주시는 예초작업을 통해 고분군의 녹지 환경을 관리하고 봉분을 비롯한 사적지를 안정적으로 보존한다는 방침이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대릉원뿐 아니라 황남고분군과 노동·노서고분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한다.
1천년 넘은 무덤, 잔디는 해마다 다시 자란다
신라 왕릉은 천년 넘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그 위를 덮은 잔디는 매년 새로 자란다.
봄이면 연둣빛으로 올라오고 여름을 지나면서 짙어졌다가, 길이가 늘어나면 다시 사람이 올라가 깎는다.
발굴이나 보존처리처럼 눈에 띄는 문화유산 관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왕릉 위에서 예초기를 메고 몇 시간씩 비탈을 오르내리는 일도 그중 하나다.
대릉원의 매끈한 봉분을 볼 때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초록 곡선을 유지하려면 누군가는 해마다 여러 차례 왕릉 위에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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